저축은행 대주주의 불법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마련한 대책이 발표 이후 1년이 다 되도록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불법을 저지른 대주주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직접 검사, 과징금 부과 및 형사처벌 강화 등을 담은 저축은행법 개정안이 ‘부실 저축은행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막혀 국회에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아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3월 저축은행 대주주에 대한 강력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비등하자 ‘대주주 사금고화(私金庫化)’를 방지하는 내용의 ‘저축은행 감독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금융위는 대주주의 불법 행위 혐의가 적발되면 금감원이 해당 대주주를 직접 검사하도록 저축은행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임원이 아닌 대주주는 불법 행위를 적발하더라도 자료 제출 요구 정도만 가능해 효과적인 책임 추궁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금융위는 대주주의 불법 대출이 적발되면 저축은행과 함께 대주주 개인에게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조항도 신설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저축은행에 대한 과징금을 ‘위반 금액의 20% 이하’에서 ‘40% 이하’로 높이고 대주주의 형사처벌도 ‘징역 5년 이하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10년 이하 또는 5억원 이하’로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책에는 저축은행 감사에 감사보좌기구를 설치해 주기적인 감사활동 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금융위는 이런 대책이 담긴 저축은행법 개정안을 마련, 국무회의를 거쳐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법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정무위 의원들이 “저축은행 피해자를 위한 특별법에 정부가 협조하지 않으면 금융위가 제출한 법안을 다루지 않겠다”며 처리를 미룬 탓이다.
법 개정이 늦어지면서 금융감독 당국이 앞으로 진행할 저축은행 정기 종합검사와 제재가 효과적으로 이뤄질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감원은 적기시정 조치를 유예한 4개 저축은행을 추가 검사하고 있으며, 4월부터는 30여곳에 대한 정기검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들 저축은행 검사에서 대주주의 불법 행위가 드러나더라도 현재의 법을 적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주주의 불법 행태가 갈수록 교묘해지는 만큼 직접 검사와 강력한 책임 추궁을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며 “법안 처리가 다음 국회로 넘어가는 것은 불법을 저지른 대주주에게 시간만 벌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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