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형 랩이 상승장에서도 시장 수익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락장에서는 코스피지수보다 더 빠지고 상승장에서는 코스피지수만큼도 오르지 못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서고 있어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투자자문사가 속출할 전망이다.
◆시장에 못 미치는 수익률
7일 운용업계에 따르면 A증권사가 판매 중인 9개 자문형 랩은 최근 6개월 동안 4.7%의 수익을 거뒀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8.9%)은 물론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6.4%)보다도 낮았다. 자문형 랩의 3개월과 1년 수익률도 각각 4.8%와 2.5%를 기록해 6.2%와 5.5%인 코스피지수 상승률에 미치지 못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3개월 수익률은 5.9%, 1년 수익률은 1.6%였다.
작년 명성을 날렸던 자문사들의 부진이 계속 됐다. 브레인투자자문은 1개월(1.6%) 3개월(4.8%) 6개월(4.2%) 수익률 모두 시장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했다. 1년 수익률은 1.7%에 불과했다. 한국창의투자자문 역시 6개월 수익률이 1.3%, 1년 수익률이 -2.8%로 저조했다.
대부분 자문사들이 여전히 차(자동차)·화(화학)·정(정유) 비중을 높게 유지하고 있는 데다 업종별 순환매가 펼쳐지면서 지수 상승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김용희 현대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자동차 업종은 거의 오르지 않았고, 화학과 정유 업종은 연초 반짝 상승했지만 다시 하락세로 접어든 탓에 자문형 랩의 성과가 그리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사들였던 삼성전자 비중을 올 들어 줄인 점도 저조한 수익률의 원인이 됐다. 작년 12월 100만원을 회복한 삼성전자 주가는 올 들어서도 계속 상승해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지만 자문사들은 일찍 팔아버려 추가 수익 기회를 놓쳤다. 김 팀장은 “브레인을 포함한 자문사들이 작년 삼성전자 비중을 20% 이상 늘렸다가 지난달 반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지속되는 자금 유출
부진한 실적으로 인해 자문형 랩에서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9조669억원에 달했던 자문형 랩 잔액은 작년 말 6조321억원으로 줄었다. 올 들어 지수가 2000선을 넘어서면서 자금 유출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신긍호 한국투자증권 고객운용자산부장은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회복한 이후 1주일에 30억~50억원씩 빠져나가고 있다”며 “자문형 랩 잔액은 1조2000억원에서 7000억원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문형 랩 수익률 회복이 더뎌 고객들의 실망이 한층 커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자금 유출에 따라 투자자문사들의 운영에도 큰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42개 투자자문사 중 94개가 작년 4~9월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달에는 자본금 5억원 규모인 버크셔리치투자자문이 자발적으로 자문업 인가를 반납했다. 브레인투자자문의 김태홍 부사장은 박건영 대표에게 지분을 넘기고 퇴사했다. 올 들어 트리니티투자자문, 스카이인벡스텍투자자문, 안다투자자문 등 소규모 자문사를 중심으로 유상증자에 나서고 있지만 어려움을 쉽게 극복하기는 힘들다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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