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국립은행(NBAD)은 올초 이사회에서 ‘아시아로 간다(Go to Asia)’라는 정책 방향을 정했다. 이를 위해 말레이시아에서 은행업 라이선스를 받았다. 인도네시아에서도 라이선스 절차를 진행 중이며 조만간 일본과 중국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일본은 작년 5월 이슬람채권을 자국 내에서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미즈호코퍼레이트은행은 이슬람금융에 대한 노하우를 쌓기 위해 말레이시아 최대 은행과 업무 제휴를 맺기도 했다. 장용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이슬람금융 도입을 끝내 무산시킨 한국과 비교하면 훨씬 앞서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뒤처져 있는 금융
전문가들은 향후 한·중동 관계 발전에 최대 걸림돌로 금융을 꼽는다. 우리 기업이 이슬람채권을 통해 중동에서 자금을 끌어오고, 거꾸로 한국 은행들은 유망한 중동 기업에 자유롭게 투자하는 단계로 가야 하는데 이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란 얘기다. 작년 3월 이슬람금융 도입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통과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기야스 괴켄트 아부다비국립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과 아랍에리미트(UAE)의 관계가 날로 발전하는 상황에서 이슬람금융 도입에 반대하는 건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우물 안 개구리’식 한국의 금융 상황은 플랜트 수주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본 건설업체들은 해외 진출 시 반드시 자국 시중은행과 동반 진출해 경쟁력을 높인다”며 “한국은 시중은행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없어 수출입은행의 자금 지원에만 의존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출입은행의 지원마저도 여신 한도 규정에 묶여 원활하지 않다는 게 플랜트 업계의 고민이다. 수은법 시행령(17조 5항)은 수출입은행의 동일인 및 동일 계열에 대한 대출 한도를 자본금 대비 각각 40%, 50%로 규정하고 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로선 해외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따낼수록 여신 한도가 빨리 차버려 추가 수주가 어려워지는 모순을 겪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플랜트도 중국이 맹추격
하병주 한국중동학회장은 “중동 각국이 한국의 성장 경험을 배우려 하고 있는 만큼 플랜트 수주 외에 다른 분야로도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응천 KOTRA 중동지역본부장은 “예컨대 UAE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중점적으로 육성하려는 분야가 농업”이라며 “추운 겨울에도 풍성한 수확을 거두는 한국의 농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일부 부정적 시각도 개선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김정희 리비아 한국대사관 건교관은 “리비아는 내전만 없었다면 주변의 지원을 바라지 않았을 만큼 자존심이 강한 나라”라며 “대놓고 사업하겠다고 달려들면 뭘 빼먹으려고 온 건가 경계하고 부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쿠리야 열풍’의 주역인 플랜트 수주 역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이 유럽과 일본을 쫓아냈듯, 한국도 중국에 추격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아부다비 플랜트 기자재업체 관계자는 “중국의 시노펙처럼 자국에서 경험을 많이 쌓은 업체들은 상당한 경쟁력을 갖췄다”며 “핵심 기술의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유럽과 가격 면에서 장점이 있는 중국이 손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허인혁 삼성엔지니어링 전무는 “차세대 시장인 해양 플랜트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기자재 산업 등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동휘/윤아영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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